미국 연구윤리국(Office of Research Integrity, ORI)에 보고된 연구부정행위를 조사한 결과, 연구부정행위가 발생한 연구실에서 몇 가지 공통적인 특징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한다. 유난히 경쟁이 치열하고 갈등이 심하다는 것, 교수가 학생에게 갑작스럽게 연구 결과나 보고서를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 자타가 공인하는 뛰어난 학생들이 소속되어 있다는 것 등이 대표적인 유형에 속했다.

 

연구실에 경쟁과 갈등이 심하거나 갑자기 결과를 요구하는 연구책임자가 있을 때, 소속 연구원들은 당연히 적지 않은 스트레스를 받게 된다. 이런 상황은 부적절한 방법이 동원될 확률을 높이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그런데 능력이 모자라는 연구자가 아니라, 능력이 출중해 촉망받는 연구자들이 연구부정행위를 저지르는 경우가 적지 않다는 사실은 좀 뜻밖의 이야기다. 왜 그럴까?

 

매우 우수한 학생으로 자타가 인정하는 경우, 무엇이든 잘해낼 것이라는 믿음 때문에 적절한 교육이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새로운 연구를 시작하거나 다른 실험실로 옮기게 되면, 경험과 능력을 막론하고 누구에게나 교육이 필요하다. 그러나 우수한 학생이라 다 잘 알고 있으리라 생각하며, 별로 가르쳐 주는 일은 없이 기대만 잔뜩 거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는 것이다. 그럴 때 학생은 기대에 부응해서 결과를 내야 한다는 엄청난 압박을 느끼게 된다. 잘 모르는 것이 있어도 ‘너라면 이 정도는 다 알고 있겠지?’라는 눈빛을 받고, 그 때문에 작은 궁금증이 있어도 물어보기 어려워진다. 또한, 결과를 내더라도 ‘네가 한 일이니, 당연히 잘 되었겠지.’라며 검증조차 하지 않으려 한다. 이러한 상황들은 결국 우수한 학생을 연구부정행위의 늪에 빠지게 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물리 화학・공학 분야에 고유한 것은 아니지만, 첨단 과학・공학 연구에서는 다른 연구팀의 연구결과를 재현하는 것이 상당히 어렵다. 이로 인해 연구부정행위가 저질러졌다는 해석과 엄청난 수준의 숙련도 없이는 재현할 수 없을 만큼 어려운 연구 결과라는 해석이 가능하기에 관련 전문가들의 보다 더 차분한 검증 과정이 필요해진다. 결국 이런 분야에서는 원자료의 위조와 변조의 문제가 중요한 연구윤리의 쟁점이 된다. 더불어 물성(리) 과학・공학 분야는 상호주관적 방식으로 검증될 수 없거나 직관에 근거해 원 자료의 일부를 분석에서 제외시키는 관행에 대해, 어느 정도까지를 바람직한 연구 행위로 볼 것인지와 관련된 복잡한 문제가 존재한다.

 

일반적으로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매우 많은 원자료를 얻고 그것에 대해 분석을 수행하는 연구 분야를 제외하면(그런 분야는 연구 주제 상 앞에서 이야기한 수리과학・공학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 물성(리) 과학・공학에서는 제대로 된 원자료 몇 개를 얻기 매우 어려운 경우가 많다. 이 분야의 많은 논문들이 원자료 수십 개에 대한 분석에 기초하여, 그래프를 얻거나 이론적 분석을 시도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애써 얻은 원자료 중 상당수는 실험이 제대로 수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얻어진 것으로 판정되어, 최종 분석 과정에서는 사용되지 않는 경우도 많다.

 

이런 현상은 이처럼 제대로 된 원자료를 얻는 데 상대적으로 많은 노력과 실험자의 직관에 의거한 판단이 이루어지는 몇몇 물리학, 화학과 같은 물성(리) 과학・공학 분야의 특성과 관련이 깊다. 로버트 밀리컨의 기름방울 낙하실험의 사례에서 잘 드러나듯 물리화학・공학 분야의 몇몇 실험은 실험자의 직관적인 판단이 원자료의 선택적 사용에 중대한 영향을 끼치는 경우가 많다. 당연히 이 모든 선택에 대해 객관적으로 동료 연구자가 모두 납득할 수 있는 근거를 제시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하지만 그런 일이 항상 가능한 것도 아니고, 그런 설명이 주어지지 않는 모든 경우를 연구부정행위로 간주하기도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당연히 이런 원자료의 선택적 사용 모두가 탁월한 실험자의 직관에 근거한, 인식론적으로나 윤리적으로 정당화될 수 있는 경우에는 연구부정행위에 해당된다고 볼 수는 없다. 결국 원자료의 선택적 사용, 특히 완전한 상호주관적 방식으로 검증될 수 없는 이유나 직관에 근거하여 원자료의 일부를 분석에서 제외시키는 이 분야 과학연구의 관행에 대해, 인식론적・윤리적 한계와 근거들을 차분하게 연구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보다 현실적으로는 연구노트를 꼼꼼하고 상세하게 작성하는 것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실험과학 또는 공학은 대부분 실험실이라는 공간에서 여러 연구자들이 함께 생활하며, 연구가 이루어진다. 이와 같은 공동체는 단순히 물리적으로 시간과 공간을 함께 사용한다는 의미를 넘어 연구 자체가 이와 같은 공동체의 활동에 의존하는 측면도 있다. 이에 따라 연구자들 사이의 관계는 좋은 연구가 진행되는 바탕이 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수리과학・공학 분야는 사회통계 분석 작업이나 컴퓨터 시뮬레이션의 경우처럼 상대적으로 많은 양의 원자료를 갖가지 통계기법으로 분석함으로써, 확률적인 성격을 갖는 결론에 도달하는 연구가 많다. 물론 순수 수학의 경우처럼 엄격한 연역과 수학적 직관만을 사용하는 연구도 있지만, 이런 분야는 오랜 기간의 증명 확인 작업을 통해 연구결과의 문제점이 분명히 드러나기 쉽기에 상대적으로 연구윤리에 관한 논점이 등장할 여지가 적다.

 

통계적이거나 확률적인 연구에서 문제가 되는 상황은, 특별한 의도를 가지고 원자료를 왜곡하거나 부당한 결론을 이끌어내는 것과 같이 명백히 부적절한 과학연구의 가능성만이 아니다. 통계연구의 특성상 연구자 본인도 모르는 사이에 자신이 선호하는 배경이론에 입각하여 원자료를 해석하거나 선택적으로 통계적 추론을 적용하여, 자신이 선호하는 결론을 이끌어내는 경우도 있다. 이는 의식적이거나 의도적인 연구 부적절 행위라고 볼 수는 없지만, 과학적 결론의 상호주관성과 그로부터 축적되는 과학지식의 객관성 확보를 위해서 주의가 요구되는 상황이라고 할 수 있다.

 

롬보르의 사례는 통계적 추론이 올바르지 않게 이루어진 극단적 예의 하나로 제시된다. 하지만 이 정도로 심각하지는 않더라도 상당히 많은 양의, 종종 서로 상충할 수도 있는 원자료들을 비동질적 집단으로 묶어 통계적 추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이와 같이 롬보르와 유사한 방식으로 결론의 객관성을 훼손시킬 수 있는 가능성은 모든 연구자에게 존재한다고 볼 수 있다. 수리과학・공학 연구자들에게 이러한 가능성이 더 클 수 있으므로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컴퓨터 시뮬레이션을 통해 수학적 이론의 실제 적용 가능성을 검증하려는 연구에서도, 자료가 합리적으로 선택되었는지 아니면 부적절하게 사용되었는지를 판단하는 것은 일반적으로 어려운 문제다. 또 결과가 기대한 대로 나오도록 모의실험 환경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그 정당성을 따지는 일도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다. 실험노트를 작성하는 게 일반적인 실험 연구와는 달리, 연구노트를 작성하지 않는 관행도 이런 문제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수리 과학·공학은 소프트웨어 의존도가 다른 분야보다 높은 만큼, 소프트웨어의 정당한 사용과 관련한 문제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연구윤리와 관련된 모든 주제가 생명과학・공학 분야에서 쟁점이 된다. 표절과 자료 처리의 문제, 실험실 구성원 사이의 관계, 소프트웨어 사용의 문제, 인간 대상 연구 등이 모두 생명 과학・공학 분야에서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다.

 

생명 과학・공학 분야에만 국한되는 것은 아니나, 가장 두드러진 문제는 원자료의 위조와 변조 문제일 것이다. 대부분의 실험과학・공학이 모두 그렇지만 생명과학・공학의 실험연구는 재현이 어렵고 실험실마다 사용하는 표준적 절차가 상당한 차이를 갖는 경우가 많아서, 경쟁하는 실험실 사이에서는 상대방의 연구결과에 대해 완전히 객관적인 평가를 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게다가 첨단연구의 경우에는 실제로 문제가 된 실험결과가 올바른 결과임에도 불구하고, 동료 연구팀이 실험결과 자체를 재현하지 못하거나 재현하더라도 불완전하게 하거나 혹은 완전하게 재현하고도 다른 해석을 내놓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황우석 연구팀의 논문조작의 경우에도 이런 문제 때문에 원자료의 조작에 대해 상당 기간 밝혀지지 않을 수 있었고, 밝혀진 뒤에도 처음 만들었다고 주장된 줄기세포가 처녀생식에 의한 것인지가 한참 동안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그러므로 생명과학・공학 분야에서는 다른 분야보다 특히 연구결과의 재현과 검증에 대한 인식론적 고찰이 중요하다. 그리고 원자료의 위조와 변조에 대해 분야마다 보다 더 구체적인 기준이 제시될 필요가 있고, 이러한 기준은 앞서 지적한 실험결과에 대한 인식론적 고찰에 근거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 더해 생명 과학・공학 분야는 생명체 자체나 그것의 일부를 연구대상으로 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므로, 꼭 연구윤리만이 아니라 생명윤리를 포함한 과학윤리의 일반적인 고려사항과 깊은 연관성을 가질 수밖에 없다. 결국 생명 과학・공학 분야의 연구윤리 논의는 이와 같은 폭넓은 인식론적・윤리적 고찰과 긴밀하게 연계되면서 이루어져야만 한다는 특징이 있다. 연구윤리 측면에서 비교적 오랫동안 논의된 바 있는 동물실험이나 인간 대상 연구의 경우에는 특히 기존에 여러 관련 규정이 마련되어 있으므로, 이를 이해하고 따르는 것이 중요하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대학과 연구소에는 정직한 연구자를 보호하며, 소속 연구자가 행한 부정행위를 조사하고 규명하는 자체 검증시스템이 마련되어 있다. 기관에 따라 연구윤리위원회 또는 연구진실성위원회라 불리는 기구에서, 부정행위에 대한 제보를 받고 이에 대한 조사를 담당한다.

 

먼저 연구부정행위에 대한 신고를 받으면 예비조사를 통해 조사대상의 적합성, 시효의 적절성, 제보의 구체성과 명확성을 검토한다. 이를 바탕으로 제보 내용의 본조사 필요성 여부를 판단한다. 본조사는 부정행위의 사실 여부를 입증하기 위한 절차로 조사위원회를 구성하여 진행한다. 규정에 따라 제보자와 피조사자에게 의견진술의 기회를 주어야 하며, 판정 이전에 반드시 조사결과에 대한 이의제기 및 변론의 기회를 제공하여야 한다. 본조사 결과에 대한 제보자와 피조사자의 이의 제기 또는 변론 내용과 그 처리결과는 기관의 최종조사결과 보고서에 반드시 포함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나라마다 연구부정행위를 조금씩 다르게 정의한다. 그러나 위조, 변조, 표절을 중대한 연구부정행위로 간주하는 것은 어느 나라나 같다. 우리나라의 경우, 교육과학기술부가 『연구윤리 확보를 위한 지침』(2007)에서 제시한 연구부정행위의 범위는 다음과 같다.

⋅‘위조’는 존재하지 않는 데이터 또는 연구결과 등을 허위로 만들어 내는 행위를 말한다.

⋅‘변조’는 연구 재료․장비․과정 등을 인위적으로 조작하거나 데이터를 임의로 변형․삭제함으로써 연구 내용 또는 결과를 왜곡하는 행위를 말한다.

⋅‘표절’이라 함은 타인의 아이디어, 연구내용․결과 등을 정당한 승인 또는 인용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말한다.

⋅‘부당한 논문저자 표시’는 연구내용 또는 결과에 대하여 과학적․기술적 공헌 또는 기여를 한 사람에게 정당한 이유 없이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지 않거나, 과학적․기술적 공헌 또는 기여를 하지 않은 자에게 감사의 표시 또는 예우 등을 이유로 논문저자 자격을 부여하는 행위를 말한다.

⋅본인 또는 타인의 부정행위 혐의에 대한 조사를 고의로 방해하거나 제보자에게 위해를 가하는 행위

⋅과학기술계에서 통상적으로 용인되는 범위를 심각하게 벗어난 행위 등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인지한 부정행위 내용이나 관련 증거를 해당 연구기관 또는 연구지원기관에 신고할 수 있다. 제보자가 연구부정행위와 직접적인 관련이 있을 필요는 없으며, 다른 당사자나 목격자로부터 부정행위 사실을 듣거나 관련 증거자료를 넘겨받아 대신 제보를 할 수 있다. 진실성 검증을 위하여 조사위원회로부터 진술을 위한 출석이나 관련자료 제출을 요구받을 경우, 이에 성실히 응해야 할 책임이 있다.

 

 

기관에 따라서는 익명제보를 허용하기도 한다. 익명 제보 시에는 제보의 증거가 남을 수 있도록 서면 또는 전자우편으로만 제보가 이루어지도록 하며, 제보내용에는 연구과제명 또는 문제가 되는 논문명 등을 포함한 구체적인 부정행위의 내용, 그리고 바로 본조사에 착수할 수 있는 수준의 증거를 담도록 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제보자의 신원은 정보공개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 만약 신원이 공개될 경우, 비록 과실이었다 하더라도 제보의 접수 및 조사에 관계된 모든 기관이 책임을 지도록 규정하고 있다. 연구지원기관에 조사결과보고서를 제출할 때도 제보자의 성명은 익명으로 처리하는 등 제보자 신원정보 보호에 만전을 기하도록 한다.

 

또한 제보했다는 이유로 절대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고 있다. 제보자가 연구기관 내외로부터 부당한 간섭이나 압력, 원하지 않는 전보나 징계 등 신분상 불이익, 따돌림 등 근무조건상의 차별, 물리적 위해 등을 받지 않도록 연구기관과 연구지원기관은 최대한 보호해야 하며, 실제 피해가 발생하였을 경우 신속히 원상회복 조치를 취해야 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연구부정행위는 좋은 연구의 길을 막는 가장 큰 위험요소이다. 그러나 연구부정행위처럼 심각한 것은 아니지만, 결과적으로 좋은 연구를 방해하거나 위협하는 행위의 스펙트럼도 매우 넓다. 특정한 분석 방법이나 연구 모델이 잘못된 것임을 알면서도 사용하거나, 연구지원 기관이나 연구기관의 압력으로 연구 방법 등을 변경하거나, 연구기록을 철저하게 하지 않는 것 등을 예로 들 수 있다. 태만이나 무지에 의한 실수 등도 이러한 범주에 포함될 수 있다.

 

좋은 연구란, 연구부정행위는 물론 바람직하지 않은 모든 연구 행위를 최대한 피할 수 있어야 가능하다. 이를 위해 하지 않아야 할 것이 무엇인가에 집중하기보다, 무엇을 해야 할 것인가 어느 방향으로 나가야 할 것인가에 초점을 맞추는 방법이 더 발전적인 전략이다. 정직하고, 정확하며, 편견 없는 객관적인 방법으로 연구를 수행하고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 그리고 낭비 없이 효율적으로 자원을 이용하는 것 등을 항상 고민하도록 해야 한다. 좋은 연구는, 이러한 가치를 실현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는 과정에서 가꿔갈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논문에 포함된 모든 아이디어, 자료, 해석, 표현 방식은 특별하게 언급하지 않는 한 저자(들)의 것이어야 하며 스스로 책임질 수 있어야 한다. 따라서 선행연구자들의 글이나 자료 등을 활용하여 논문을 작성할 때는, 그 출처를 정확히 밝혀 저자들의 주장이 든든한 근거와 확실한 자료에서 출발한다는 것을 보여주고 선행연구자들의 공로를 인정해 주어야 한다. 출처 제시는 다른 사람의 지적 재산권을 존중하는 태도인 동시에 독자에게 중요하고도 상세한 자료를 제공한다는 가치를 지닌다.

 

선행 논문의 표현을 그대로 사용할 때는 내용을 따옴표로 표기하고 출처를 밝힌다. 과학이나 공학분야의 학술논문에서는 대부분 간접인용을 한다. 간접인용을 하는 경우에는 원문의 표현을 자기 자신의 언어로 풀어써야 하며 이때에도 출처를 분명히 밝힌다. 바꾸어 표현한 내용은 원본과 충분히 달라야 하는데 만일 고쳐 쓴 문장이 여전히 원본과 비슷하다면 직접 인용문으로 전환하라는 것이 전문가들이 대부분 권하는 방법이다.

 

올바른 인용을 위한 구체적인 방법은 학문 분야와 학술지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일반적인 원칙으로는 '성실한 인용'을 내세울 수 있다. 원저작자의 문장을 따옴표로 묶어 그대로 직접인용을 하든, 인용자의 말로 바꿔 간접인용을 하든, 원저작자의 이름과 출판물에 대한 상세한 정보를 붙여야 한다. 또한, 논문의 결과를 왜곡한 것이나 저자의 주요 논점을 벗어난 내용을 인용하면 안 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상대성이론에 대해 언급할 때, 매번 아인슈타인의 논문을 인용하지 않듯이 ‘누구’나 아는 일반 상식에 대해서는 출처를 밝히지 않는다. 학술논문을 논할 때 ‘누구’는 ‘그 논문을 읽는 대다수 사람’, 즉 해당 학문 분야의 전문가로 볼 수 있다. 따라서 학술논문에서는 그 분야를 전공하는 사람들이 대체로 아는 일반 상식에 대해서는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된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특정 분야 전공자들은 해당 분야의 학술지에 주로 논문을 발표했다. 그러나 융합과 통섭이 학문의 새로운 흐름이 된 요즈음에는 세포학자가 면역학회지에 또 고체물리학자가 전기공학회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일이 빈번해졌다. 이렇게 다른 분야의 전문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는 경우, 주 독자층의 일반 상식이 다를 수도 있다는 점이 문제가 될 수 있다. 따라서 자신의 전공 분야 학술지에서는 특별히 출처를 밝히지 않아도 되는 내용에 대해, 다른 분야의 심사자는 출처를 요구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아 둘 필요가 있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인용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합법적인 절차를 거쳐 이용하는 것’을 말하고, 표절은 ‘타인의 아이디어나 저작물을 적절한 인용이나 승인 없이 도용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그러나 표절 여부를 따지기 어려울 때도 적지 않다. 널리 알려진 일반적인 사실과 반드시 인용해야만 하는 것을 나누는 일, 함께 토론하면서 얻은 아이디어의 출처를 따지는 일 등도 논란거리가 될 수 있다. 구체적인 표절의 사례로는 다음을 들 수 있다.9)

 

① 출전표기 없이 다른 사람의 연구방법론이나 핵심 아이디어를 사용:

기존 연구의 독창적 개념이나 주장을 적절한 인용부호와 출전표기 없이 사용하는 건 표절이다. 비록 변형하여 활용하더라도 출전을 표기하지 않으면, 표절에 해당한다.

 

② 문장의 구조나 전개방식을 모방:

단어와 표현을 바꿔 문장을 변형하더라도 원문의 문장 구조를 그대로 사용하면, 표절이 된다. 문장의 구조와 전개방식도 저자의 독창성 산물이기 때문이다. 표절을 엄밀하게 정의하는 경우에는, 출전을 정확히 밝히지 않고 한 문장에서 핵심을 이루는 단어 셋(주어+목적어+서술어) 이상을 베끼는 행위로 규정한다.

 

③ 출전 표기 없이 정보나 자료를 사용(표, 그림, 슬라이드, 컴퓨터 프로그램도 포함):

보통의 정보나 자료뿐만 아니라 새로운 주장이나 해석 혹은 발견을 출전표기 없이 사용하면 표절이 된다. 이 경우는 특히 저자의 독창성과 직접 관련될 때가 많다.

 

④ 진위를 두고 논란이 되거나, 상식을 넘어선 역사적ㆍ사회적ㆍ자연적 사실을 출전표기 없이 인용:

잘 알려진 과학적 사실이나 공식 혹은 상식적인 역사적ㆍ사회적ㆍ자연적 사실은 출전을 밝힐 필요가 없지만, 새로운 발견이나 주장을 출전표기 없이 인용하는 건 표절이다. 학자들 간에 진위를 두고 논란이 되는 사실이나 공식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⑤ 출전표기를 하였더라도, 큰따옴표를 사용하지 않아 인용된 부분이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을 때:

인용부호인 큰따옴표를 잘못 사용해도 표절에 해당할 수 있다. 인용된 부분이 어디에서 어디까지인지를 정확히 표기해야 표절의 의혹을 벗어날 수 있다.

 

⑥ 여러 사람의 글을 짜깁기:

이른바 ‘짜깁기 표절’은, 대개 단락마다 다른 사람의 글을 그대로 베껴, 전체 글을 구성하는 경우를 뜻한다. 이때 어떤 한 부분이라도 적절한 인용부호와 출전표기가 없으면, 해당 부분만 표절인 것이 아니라 전체가 짜깁기 표절이 된다. 그리고 각 부분이 다 제대로 인용되었다 하더라도, 짜깁기 자체만으로 이미 바람직한 글이 될 수는 없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ICMJE의 권고안이 훌륭한 원칙이며 좋은 출발점이라 해도 이것만 가지고는 저자 결정 과정의 곤란한 문제를 모두 해결하지는 못한다. 우리가 만나는 현실에서는 저자 자격이 확실하게 있는 경우와 전혀 없는 경우 사이의 어딘가에 존재하는 연구자들이 수두룩하기 때문이다. 이럴 때는 원칙에 따라 결정하되, 참여 연구자들이 그 근거에 동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많은 전문가들은 연구 계획 단계에서 역할 분담을 할 때부터 성과 배분의 문제를 함께 논하라고 권한다. 과제의 목적과 방법에 따라 핵심 연구자를 정하고 이 사람을 도와주는 보조 연구자들을 정하는 일은,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연구 결과를 논문으로 발표할 때 누가 논문의 제1저자가 되고 공동저자가 될지를 미리 정하는 것이다. 연구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거나 중도에 방향이 바뀌게 되면, 논문 저자에 대한 논의도 다시 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우리 연구 관행으로 본다면, 매우 어색하고 불편한 제안이다. 여기서 핵심은 논문 저자 결정 원칙과 그 결과를 공동연구자들이 함께 공유하고 합의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따라서 어떤 방법을 사용하든지 적어도 공동연구자들 사이에 미리 학술 논문의 저자의 범위와 순서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되도록 한다면, 지금보다는 훨씬 저자 결정과 관련된 갈등이 줄어들지 않을까 한다.

 

그림이야기 “내 이름은 어디에”와 “4인의 저자”를 비교해 보자. 앞의 사례는 논문 발표장에서 비로소 자신이 참여했던 연구 결과가 발표되는 걸 알게 된 연구원의 이야기다. 자신은 그 연구 결과가 발표되면 저자의 자격이 있다고 생각하지만, 지도교수의 생각은 다르다. 저자 결정과 관련된 많은 갈등이 이렇듯 서로 다른 원칙을 가진 연구자들이 공동연구를 하면서 자신만의 기준에 따라 상대방을 재단할 때 발생한다. 4인의 저자는 비슷한 상황에서 서로 공개적으로 저자의 순서에 대해 논의하고 합의에 이른 사례를 보여준다. 조금 어색해도 논문 저자 결정에 대해 자꾸 드러내고 이야기할 때, 저자 결정에 따른 갈등이 줄어들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일반적으로는 기여도에 따라 저자의 순서를 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다만, 기여도를 정량화해 순서를 매기는 일이 때로 어려울 뿐만 아니라, 관점에 따라 그 순서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점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문제 설정과 풀이 과정 가운데 어느 부문의 기여도가 더 중요한지는 문제의 내용과 연구자의 철학에 따라 달라질 것이기 때문이다. 이렇듯 기여도에 따라 저자의 순서를 정하기 어려울 때에는 다른 기준을 도입할 수도 있다. 젊은 연구자를 우선 배려하는 것도 흔한 일이다. 수학 학술지에서는 논문을 함께 쓴 저자들의 기여도를 따지는 일 자체가 가능하지 않다고 판단해, 알파벳 순서로 저자를 배열하는 예도 있다.

 

국제의학잡지편집인협의회(International Committee of Medical Journals Editors, ICMJE)에서는 저자가 될 만한 중요한 기여로

① 연구의 기획이나 자료의 획득·분석·해석 등에 상당 부분 기여하고,

② 원고의 초안을 작성하거나 주요 내용을 결정적으로 고치며,

③ 출판될 원고를 최종 승인하는 것을 꼽는다.

 

연구에 기여하였으나 이런 자격을 만족하지 못하는 사람의 이름은 모두 '감사의 글'에 적는다. 단순한 기술지원, 논문 작성, 행정관리, 재정, 재료 등과 관련한 기여만으로는 저자가 되지 못한다.

 

논문저자의 자격 기준에 대해서는 아직도 이렇다 할 공통의 원칙이 수립되어 있지는 않다. 여전히 논쟁과 토론이 진행되고 있으며, 여러 사람이 다양한 대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현재 많은 의생명과학 학술지에서 앞에서 언급한 ICMJE의 기준을 수용하고 이에 따라 논문 저자를 결정할 것을 권하는 만큼, 이것이 우리에게 유효한 출발점이 될 수는 있을 것이다.

 

미국립보건원(National Institute of Health, NIH)은 기관 차원에서 ICMJE의 기준을 따른다고 밝혔다. NIH에서 연구원 교육용으로 제작한 사례인 그림이야기: 저자자격은 누구에게?를 살펴보자. NIH에 따르면 이 기준을 적용할 때 통계학자의 표준적인 통계분석은 단순한 기술지원에, 연구실장의 역할은 행정 및 재정 지원에, 동료 연구자의 임상시료 제공은 단순한 재료 제공에 해당하여, '감사의 글'에서 그 기여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전하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본다. 연구원2의 역할도 여기에서는 단순한 기술 지원이라 생각할 수 있다. 따라서 NIH에서는 ICMJE의 기준을 적용하여, 연구책임자, 연구원1 그리고 테크니션 이렇게 세 사람이 저자 자격을 갖는 과학적·기술적 기여를 한 것으로 본다.

 

그러나 실제 상황에서 저자의 범위와 순서를 정하는 일은 결코 쉽지 않다. 통계학자의 도움이 어느 정도까지 표준적인 통계분석에 해당하고, 어디부터 저자 자격이 있는 과학적・기술적 기여인지를 따지기란 쉽지 않다. 임상시료를 제공해 준 의사 또한 시료만을 보내주는 일은 거의 없고 연구의 계획이나 연구 방법에 대한 조언 그리고 결과의 분석까지 관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런 경우라면 어디까지가 단순지원이고 어디부터가 과학적·기술적 기여에 해당할까? 연구원2의 역할에 대해서도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

중복출판은 같은 연구 성과를 둘 이상의 논문으로 발표하는 것을 뜻한다. 이중게재라고도 하는데, 학술지나 독자를 우롱하고 자원의 낭비를 가져오며 연구 업적을 과대평가하는 결과로 이어지기도 하여, 비윤리적인 행위로 여겨진다.

 

언어와 독자층이 다른 경우에도 중복출판은 일반적으로 허용되지 않는다. 한국어 논문을 가볍게 여기는 세태를 걱정하는 사람들한테는 이 문제가 곤혹스러운 면도 있다. 연구업적의 중복 평가만 피한다면, 좋은 연구 성과를 영어뿐 아니라 한국어로도 소개해 한국어 학술지의 내용을 풍부하게 하는 것도 생각해 볼 일이기 때문이다.

 

기존의 연구 성과를 다시 출판하는 일은 2차 출판(secondary publication)의 형태로 허용되기도 한다. 이때 저자는 일반적으로 두 학술지 편집인의 동의를 모두 얻어야 한다. 2차 출판물에서는 1차 출판물의 출처를 정확히 알리고, 그것이 2차 출판물의 바탕이 됨을 명백히 밝혀야 한다. 두 출판물 사이에는 시차가 있어야 하고, 저자는 같아야 한다. 보통 독자층을 넓히고자 할 때, 2차 출판을 허용하는 게 일반적이다.

 

연구자는 연구 단계에 따라 초기 성과를 학술대회에서 우선 발표하고 나중에 완성도를 높여 작성한 논문을 학회지에 게재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일은 모든 사실을 분명하게 밝힐 때 일반적으로 허용된다. 다만, 학술대회에서 발표했던 논문을 전혀 받아들이지 않는 학술지도 있으므로, 투고에 앞서 대상 학술지의 정책을 꼼꼼하게 확인해야 한다.

 

이 글은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에서 발췌했습니다.

지은이: 손화철, 윤태웅, 이상욱, 이인재, 조은희.  『이공계 대학원생을 위한 좋은연구 Q&A』, 20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