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CRE 댓글 0 건 조회 185 회 작성일 20-06-12 16:45

연구 현장 "양적 평가와 성과 지상주의" 문제 지적

전문가 중심 새로운 평가 방식…상피제·공정성 딜레마 풀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논문 제1저자 논란은 그간 학계에 만연한 연구부정문제를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조씨 사건을 전후로 부당저자 의혹 건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지난 2일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가 발표한 연구윤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판정 절차로 넘어간 대학 내 연구부정행위 의혹 사건은 2018년 110건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한 243건에 달했다. 특히 부당저자 의혹 사건의 경우, 2018년 41건에서 2019년 12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연구부정행위는 왜 자꾸만 늘어나는 걸까. 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연구윤리에 대한 문화적 공감대를 만드는 동시에 '알면서도 못 지키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인들은 이러한 현장의 문제로 '평가제도'를 지적한다.

 

 

◇현장에서 꼽은 연구부정 계속되는 원인? "양적 평가와 성과 지상주의"


대학교원 2695명을 대상으로 연구재단이 실시한 연구윤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장에서 꼽은 연구부정행위가 계속되는 원인은 '연구자 간 치열한 경쟁과 양적 위주의 업적평가 시스템으로 인한 성과 지상주의(35.82%)'가 가장 많이 꼽혔다.

또 '연구부정행위나 부적절행위를 통해서 얻는 장점 및 실익이 큼(17.66%)' 때문에 연구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를 부당저자 문제와 연결지어보면 참여하지도 않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성과를 내거나 동일한 행위로 자신의 자녀 또는 이해관계자를 돕는 일에 있어 학계로부터 큰 불이익을 받지 않아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적평가에 치중된 성과지상주의와 연구부정행위에도 실익이 더 큰 연구환경에서 '연구윤리' 문제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적평가의 대명사는 논문수다. 과학 인용 색인 논문 수(SCI 논문 수), h-지수(h-index),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임팩트 팩터) 등은 논문이나 연구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양적지표다. 이런 지표를 이용하면 비교적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연구자나 논문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를 중점으로 두고 연구 예산 등을 나눌 때 발생한다. 보통 이런 수치는 학계에서의 영향력을 나타내는데 각 분야의 특성과 학자의 수에 따라 수치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학자가 많고 상호 인용이 많은 문화를 가진 학계가 그렇지 않은 학계에 비해 이러한 수치 비교에서 유리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출판사가 개발한 연구성과 지표 '네이처 인덱스'는 이에 따라 자신들이 내놓는 지표에 대해 "기관이나 개인을 평가하기 위해 네이처 인덱스 지표만 단독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연구성과에는 양적요소 뿐만 아니라 질적 문제 등 '다른 많은 요소'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평가 도입·평가기준 다변화…평가기준을 바꾸어 가는 다른 나라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분야가 점점 더 전문화돼 단순한 논문 관련 수치만 가지고 연구성과 평가나 연구비 지원을 위한 심사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에 의한 평가를 마련하거나 연구성과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문가 심사와 평가위원회를 통한 종합적 평가로 개별 연구과제에 대한 지원 여부를 평가한다. 일본은 연구지원 여부를 심사할 후보 전문가 집단을 마련해두고 심사역량과 공정성을 평가해 다음번 심사위원 선정에 반영한다. 미국과 유럽은 연구 성공시 생기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국가 연구개발(R&D) 제도개선 이력 및 IPA 분석을 통한 제도개선 추진과제 도출' 보고서에서도 평가제도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여기에서도 단순한 '정량평가'가 아닌 '전문가에 의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출연연구기관, 대학, 연구관리전문기관 등 연구현장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연구행정의 효율화 및 간소화', '질적 성과 중심 평가'가 제도 개선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해 "각 분야 우수 전문가 그룹을 통한 전문성·공정성을 담보할 평가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네이처의 한국 특집 기사에서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우리 과학계의 논문 중심 평가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이런 구식 문화는 창의성의 발현을 막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도 "최상위 연구가 임팩트팩터나 인용 횟수 기준일 필요는 없다.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추구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평가 방식이 자리 잡아가지만 상피제·공정성 딜레마 풀어야


양적 평가에 따른 연구진에 대한 실적·성과 압박과 경쟁이 연구윤리를 위협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에 있었던 부실학회 논란이다. 부실학회(학술지)는 정상적인 학술 심사를 거치지 않고 게재료 수입을 목적으로 논문 출판을 남발하는 단체다.

2016년 체코 과학 아카데미가 주요국 학자들이 부실하다고 의심되는 학술지(부실 의심 저널)에 얼마나 많이 논문을 등재했는지 조사한 결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이 등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재단은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한국학자의 비올(Beall) 리스트 저널 논문 게재 추이' 보고서를 올해 5월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부실학회 논란 이후 우리나라 또한 새로운 평가 방식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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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국딸 논문논란, 그후②]'성과 지상주의' 연구 환경서 '윤리 타령'?

  • 작성일 20-06-12 16:45
  • 조회 185

연구 현장 "양적 평가와 성과 지상주의" 문제 지적

전문가 중심 새로운 평가 방식…상피제·공정성 딜레마 풀어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의 논문 제1저자 논란은 그간 학계에 만연한 연구부정문제를 다시금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계기가 됐다. 특히 조씨 사건을 전후로 부당저자 의혹 건은 어느 때보다 주목받았다.

지난 2일 한국연구재단과 교육부가 발표한 연구윤리 실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판정 절차로 넘어간 대학 내 연구부정행위 의혹 사건은 2018년 110건의 2배 이상으로 증가한 243건에 달했다. 특히 부당저자 의혹 사건의 경우, 2018년 41건에서 2019년 127건으로 3배 이상 늘었다.

연구부정행위는 왜 자꾸만 늘어나는 걸까. 학계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연구윤리에 대한 문화적 공감대를 만드는 동시에 '알면서도 못 지키게 만드는' 구조적 문제도 줄여나갈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 과학·기술인들은 이러한 현장의 문제로 '평가제도'를 지적한다.

 

 

◇현장에서 꼽은 연구부정 계속되는 원인? "양적 평가와 성과 지상주의"


대학교원 2695명을 대상으로 연구재단이 실시한 연구윤리 인식조사에 따르면 현장에서 꼽은 연구부정행위가 계속되는 원인은 '연구자 간 치열한 경쟁과 양적 위주의 업적평가 시스템으로 인한 성과 지상주의(35.82%)'가 가장 많이 꼽혔다.

또 '연구부정행위나 부적절행위를 통해서 얻는 장점 및 실익이 큼(17.66%)' 때문에 연구부정행위가 근절되지 않는다는 답변이 많았다. 이를 부당저자 문제와 연결지어보면 참여하지도 않은 논문에 자신의 이름을 올려 성과를 내거나 동일한 행위로 자신의 자녀 또는 이해관계자를 돕는 일에 있어 학계로부터 큰 불이익을 받지 않아왔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양적평가에 치중된 성과지상주의와 연구부정행위에도 실익이 더 큰 연구환경에서 '연구윤리' 문제는 후순위가 될 수밖에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양적평가의 대명사는 논문수다. 과학 인용 색인 논문 수(SCI 논문 수), h-지수(h-index), 피인용지수(Impact factor, 임팩트 팩터) 등은 논문이나 연구자의 영향력을 평가하는 양적지표다. 이런 지표를 이용하면 비교적 직관적이고 편리하게 연구자나 논문의 성과를 측정할 수 있다.

문제는 이러한 지표를 중점으로 두고 연구 예산 등을 나눌 때 발생한다. 보통 이런 수치는 학계에서의 영향력을 나타내는데 각 분야의 특성과 학자의 수에 따라 수치의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학자가 많고 상호 인용이 많은 문화를 가진 학계가 그렇지 않은 학계에 비해 이러한 수치 비교에서 유리하다.

국제학술지 네이처의 출판사가 개발한 연구성과 지표 '네이처 인덱스'는 이에 따라 자신들이 내놓는 지표에 대해 "기관이나 개인을 평가하기 위해 네이처 인덱스 지표만 단독으로 사용돼선 안 된다"고 강조한다. 연구성과에는 양적요소 뿐만 아니라 질적 문제 등 '다른 많은 요소'도 같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다.

 

 

◇전문가 평가 도입·평가기준 다변화…평가기준을 바꾸어 가는 다른 나라


결과적으로 과학·기술 분야가 점점 더 전문화돼 단순한 논문 관련 수치만 가지고 연구성과 평가나 연구비 지원을 위한 심사를 하기 어려워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전문가 집단에 의한 평가를 마련하거나 연구성과가 사회적 기여를 할 수 있는지 따져보는 나라들이 생기고 있다.

독일의 경우, 전문가 심사와 평가위원회를 통한 종합적 평가로 개별 연구과제에 대한 지원 여부를 평가한다. 일본은 연구지원 여부를 심사할 후보 전문가 집단을 마련해두고 심사역량과 공정성을 평가해 다음번 심사위원 선정에 반영한다. 미국과 유럽은 연구 성공시 생기는 사회·경제적 가치를 고려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KISTEP)이 발간한 '국가 연구개발(R&D) 제도개선 이력 및 IPA 분석을 통한 제도개선 추진과제 도출' 보고서에서도 평가제도에 대한 현장의 목소리가 담겨있다. 여기에서도 단순한 '정량평가'가 아닌 '전문가에 의한 평가'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출연연구기관, 대학, 연구관리전문기관 등 연구현장의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이들은 '연구행정의 효율화 및 간소화', '질적 성과 중심 평가'가 제도 개선에 중요하다고 밝혔다. 보고서에서는 이에 대해 "각 분야 우수 전문가 그룹을 통한 전문성·공정성을 담보할 평가 틀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네이처의 한국 특집 기사에서 염한웅 국가과학기술자문회의 부의장은 우리 과학계의 논문 중심 평가 시스템을 지적하면서 "이런 구식 문화는 창의성의 발현을 막는다"고 말하기도 했다. 노정혜 한국연구재단 이사장도 "최상위 연구가 임팩트팩터나 인용 횟수 기준일 필요는 없다. 한국 사회에 도움이 되는 연구를 추구하기 위해선 우리 자신의 길을 개척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평가 방식이 자리 잡아가지만 상피제·공정성 딜레마 풀어야


양적 평가에 따른 연구진에 대한 실적·성과 압박과 경쟁이 연구윤리를 위협한 대표적인 사례는 2018년에 있었던 부실학회 논란이다. 부실학회(학술지)는 정상적인 학술 심사를 거치지 않고 게재료 수입을 목적으로 논문 출판을 남발하는 단체다.

2016년 체코 과학 아카데미가 주요국 학자들이 부실하다고 의심되는 학술지(부실 의심 저널)에 얼마나 많이 논문을 등재했는지 조사한 결과, 한국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가장 많이 등재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연구재단은 추적조사를 진행하고 '한국학자의 비올(Beall) 리스트 저널 논문 게재 추이' 보고서를 올해 5월 발간했다.

이에 따르면 당시 부실학회 논란 이후 우리나라 또한 새로운 평가 방식에 대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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