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성자 CRE 댓글 0 건 조회 53 회 작성일 20-05-11 11:24

미래에는 AI가 기업의 정책 결정 

이익 앞세워 환경 오염시킬 수도 

소설 쓰고 작곡하는 인공지능에 저작권 부여해야 하는지도 논란

 

지난해 과학의 날(4월 21일), 필자는 대전 지역 학생들과 특별한 수업을 했다. 학생들에게 산업 및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을 보여주고, 인간과 같은 수준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로봇이 존재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상상해 그려보도록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로봇과 함께 축구나 줄넘기 등의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반면 중학생들이 그린 것은 로봇이 숙제를 도와주고 집 청소를 하는 동안 자신은 노는 광경이었다.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위험하고 궂은일을 하는 산업 현장을 비롯해 개인 비서, 신약 개발, 그리고 금융·정책 분야에서의 주요한 의사결정 도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지와 감성을 다루는 영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 능력과 비등한 수준까지 발전한 인공지능은 기술·산업·경제 등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법·제도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포괄할지 논의할 시점이 왔다. 특히나 지식재산권에 대한 논의가 급선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의 산물인 발명·저작·창작의 영역까지 들어왔기 때문이다.

 

AI가 그린 초상화, 5억원에 팔려

 

인공지능이 창작하는 ‘Made by AI’ 예술 시장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 스페인 말라가대학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가 이야무스(Iamus)가 6분 만에 작곡한 교향곡은 런던 심포니 협연 무대에 올랐다. 일본 하코다테대학의 인공지능이 쓴 소설은 일본에서 공상과학(SF)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이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2500달러(약 5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시장이 우리 세상과 마음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 예술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공지능이 지식재산권을 가질 수 있을까. 이는 큰 시각에서 인공지능에 ‘법인격(개인이나 회사처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도 되는지를 묻는 중요한 질문이다. 법인격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며 국가와 기업을 비롯한 조직도 법인격을 갖게 됐고, 일부 자연(오염시키는 사람을 상대로 소송할 권리를 가진 뉴질랜드 왕가누이 강 등)에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 새로운 객체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마다 오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다. 인정해야 한다는 측은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무단복제 때문에 새로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줄고 혁신을 지속하기 어려워져 공공의 사회·경제적 혜택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기술 옹호자들은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에 기업과 같이 제한된 법인격을 부여하자고 한다.

 

반대로 인공지능에는 권리가 필요 없다는 논리도 있다. 기술은 인간을 돕기 위한 도구의 기능에 국한돼야 한다는 도구주의에 근거한 주장이다. 또한 인공지능에 법적 권리와 책임을 준다면 이를 악용한 책임 회피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중대한 사고를 내고서도 책임을 경영진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탓으로 떠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은 현재 기술로는 처벌할 수 없는 존재다. 이 점이 인공지능에 대한 법인격 논의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법적 처벌은 흔히 금전적 배상이나 신체활동 자유의 억압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둘 다 인공지능에는 적용할 수 없다. 설령 인공지능 자체를 삭제시키는 등의 처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처벌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컨대 인공지능이 정책적 결정을 하는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기 위해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게 되더라도, ‘피해에 대해 보상하면 된다’고 계산할 수 있다(물론 인간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목표는 인간의 잣대와 다를 수 있으므로, 법인격을 함부로 인정하면 파괴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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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저지른 인공지능, 처벌할 수 있을까

  • 작성일 20-05-11 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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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에는 AI가 기업의 정책 결정 

이익 앞세워 환경 오염시킬 수도 

소설 쓰고 작곡하는 인공지능에 저작권 부여해야 하는지도 논란

 

지난해 과학의 날(4월 21일), 필자는 대전 지역 학생들과 특별한 수업을 했다. 학생들에게 산업 및 의료 현장에서 쓰이는 로봇을 보여주고, 인간과 같은 수준에서 생각하고 말하는 로봇이 존재한다면 어떤 일을 해보고 싶은지 상상해 그려보도록 했다. 초등학교 저학년 어린이들은 로봇과 함께 축구나 줄넘기 등의 놀이를 하는 모습을 그렸다. 반면 중학생들이 그린 것은 로봇이 숙제를 도와주고 집 청소를 하는 동안 자신은 노는 광경이었다.


오늘날 인공지능(AI)과 로봇은 위험하고 궂은일을 하는 산업 현장을 비롯해 개인 비서, 신약 개발, 그리고 금융·정책 분야에서의 주요한 의사결정 도구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된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인지와 감성을 다루는 영역으로도 진출하고 있다. 인간의 지적 능력과 비등한 수준까지 발전한 인공지능은 기술·산업·경제 등 사회 전반에 막대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이제는 법·제도가 인공지능을 어떻게 포괄할지 논의할 시점이 왔다. 특히나 지식재산권에 대한 논의가 급선무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지적 능력의 산물인 발명·저작·창작의 영역까지 들어왔기 때문이다.

 

AI가 그린 초상화, 5억원에 팔려

 

인공지능이 창작하는 ‘Made by AI’ 예술 시장은 이미 열리기 시작했다. 스페인 말라가대학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가 이야무스(Iamus)가 6분 만에 작곡한 교향곡은 런던 심포니 협연 무대에 올랐다. 일본 하코다테대학의 인공지능이 쓴 소설은 일본에서 공상과학(SF) 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딥러닝 알고리즘이 그린 초상화 ‘에드몽 드 벨라미(Edmond de Belamy)’는 미국 뉴욕 크리스티 경매에서 43만2500달러(약 5억3000만원)에 낙찰됐다. 시장이 우리 세상과 마음을 반영한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인공지능 예술의 가치는 이미 충분히 인정받은 셈이다.

 

그렇다면 이런 인공지능이 지식재산권을 가질 수 있을까. 이는 큰 시각에서 인공지능에 ‘법인격(개인이나 회사처럼 권리와 의무의 주체가 될 수 있는 자격)’을 부여해도 되는지를 묻는 중요한 질문이다. 법인격은 인간에게만 국한된 개념이 아니다. 사회가 복잡해지며 국가와 기업을 비롯한 조직도 법인격을 갖게 됐고, 일부 자연(오염시키는 사람을 상대로 소송할 권리를 가진 뉴질랜드 왕가누이 강 등)에까지 그 영역이 확대됐다.

 

하지만 이 과정은 순탄치 않았다. 과거 새로운 객체에 법인격을 부여할 때마다 오랜 논의와 사회적 합의를 거쳤다. 인공지능에 법인격을 인정할 것인가에 대해서도 상반된 의견이 팽팽하다. 인정해야 한다는 측은 “인공지능의 창작물을 지식재산권으로 보호하지 않는다면, 무단복제 때문에 새로운 인공지능에 대한 투자가 줄고 혁신을 지속하기 어려워져 공공의 사회·경제적 혜택이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기술 옹호자들은 이런 논리를 바탕으로 인공지능과 로봇에 기업과 같이 제한된 법인격을 부여하자고 한다.

 

반대로 인공지능에는 권리가 필요 없다는 논리도 있다. 기술은 인간을 돕기 위한 도구의 기능에 국한돼야 한다는 도구주의에 근거한 주장이다. 또한 인공지능에 법적 권리와 책임을 준다면 이를 악용한 책임 회피 사례가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한다. 기업이 중대한 사고를 내고서도 책임을 경영진이 아니라 인공지능의 탓으로 떠넘길 수 있다는 뜻이다.

 

인공지능은 현재 기술로는 처벌할 수 없는 존재다. 이 점이 인공지능에 대한 법인격 논의를 딜레마에 빠뜨린다. 법적 처벌은 흔히 금전적 배상이나 신체활동 자유의 억압 형태로 이뤄진다. 그러나 둘 다 인공지능에는 적용할 수 없다. 설령 인공지능 자체를 삭제시키는 등의 처벌이 존재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 처벌을 두려워하지는 않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날까. 예컨대 인공지능이 정책적 결정을 하는 기업이 막대한 이익을 내기 위해 엄청난 환경오염을 일으키게 되더라도, ‘피해에 대해 보상하면 된다’고 계산할 수 있다(물론 인간 경영자가 이끄는 기업도 마찬가지의 선택을 할 수 있겠지만 말이다). 이렇게 자율적으로 판단하는 인공지능이 추구하는 목표는 인간의 잣대와 다를 수 있으므로, 법인격을 함부로 인정하면 파괴적인 결론에 이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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